그대가 하루 한 번 들려주는
꾀꼬리같은 전화 목소리가
열 명의 술 친구보다
한 명의 글 벗이 더 좋다는 것을
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.
낙수물 떨어지는 소리가
서글프고
바람에 뒹구는 낙엽이
애초로워 눈물이 날 때
내 마음을 읽고
헤아려 주는 사람은
이 세상 오직 한 사람
당신이라는 것을
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.
첫 눈 내리는 날
지금 창밖에 눈이 내린다고
눈 구경 같이하자고
문자 메시지라도 보내 줄 사람은
이 세상 오직 한 사람
당신이라는 것을
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.
눈꺼풀이 아프도록
잠을 청하지 못할 때
아직 잠이 들지 않았으면
휘영청 밝은 보름달을
같이 보자고
전화벨을 울려 줄 사람은
이 세상 오직 한 사람
당신이라는 것을
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.
혼자 보기 아까운 꽃이 있다고
꽃구경 함께 가자고
손을 내밀며
무거운 삶의 굴레를
오늘 하루라도 벗어 던지고
가벼운 풍선 가슴을
만들어 줄 사람은
이 세상 오직 한 사람
당신이라는 것을
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.
지루한 장마 속에
햇볕처럼 반가운 친구
좋은 것은 나를 주고
나쁜 것은 자기가 같는
많은 가르침을 주며
나를 만날 때
열 개의 귀만 가지고
쓰던 달던 내 말을 들어 줄 친구는
이 세상 오직 한 사람
당신이라는 것을
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
그대가 나를 보고
글 벗을 색깔로 표현한다면
무슨 색이냐고 물으면
세상의 색이 다 변해도
흙으로 돌아갈 때까지
변하지 않는 갈색이라고
말하는
이 세상 오직 한 사람
당신이라는 것을
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
글 벗이 나를 보고
얼마나 그리워하느냐고 물으면
눈물이 샛강을 이루어 흐르며
그대 찾아 헤매다
정처 없이 바다까지 오는 동안
가슴이 파랗게 멍이 들었다고
말할 수 있는
이 세상 오직 한 사람
당신이라는 것을
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
-좋은글 중에서-